이상민 장관 발언 도마…정치권 일각선 “책임 회피하나” 목소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땡큐뉴스 / 김민규 기자] 154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압사 사고에 대해 여야가 한 목소리로 초당적 협력을 외치며 사고 수습에 우선 전력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이틀 만인 31일 정부 책임을 역설하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분출되기 시작해 자칫 정쟁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발언 논란, 정부 책임론 불붙이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저희가 파악하기로 (이태원에)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 통상과 달리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며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었기에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 경찰 병력 상당수가 광화문 쪽으로 배치됐고 지방 병력도 유사시를 대비해 동원 계획이 짜여 있었는데 이태원은 종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평시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이 배치됐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발언했다가 정치권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당국은 ‘나는 책임이 없다’, ‘할 만큼 했다’ 이런 태도를 보여서 국민들을 분노하게 할 게 아니라 낮은 자세로 ‘오로지 국민만을 위하고 모든 게 나의 책임이다’란 자세로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데 집중해야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으며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시점인데, 이 장관 얘기는 마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사고수습단·국민추모단·진상조사단으로 구성된 민주당의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 본부장을 맡은 박찬대 최고위원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이 장관의 발언은 황당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올해 같은 경우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게 누구라도 다 예상했는데 용산구청, 서울시, 경찰의 안전관리 대책이 예년에 비해 많이 미흡했던 것”이라며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에 의하면 경찰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얘기한다. 할로윈 행사는 매년 있었던 행사고 그동안 해오던 대로만 관리 했어도 피할 수 있거나 막을 수 있던 참사 아니었나”라고 지적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우상호 의원도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장관의 발언은 아주 부적절했다. 지금 그런 책임을 피하기 위한 얘기를 던질 때가 아니다. 잘 모르면 입을 닫고 있어야지 왜 자꾸 변명하다가 국민들 화를 북돋우는지 모르겠다”고 이 장관에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박 최고위원과 마찬가지로 용산구청장까지 싸잡아 “구청장 바뀌고 담당자들 다 바꾸니까 이제 인수인계도 안 되고 매뉴얼을 제대로 안 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이전엔 민주당 출신의 성장현 구청장이었으나 현재는 국민의힘 출신인 박희영 구청장이 용산구청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참사가 일어나자 이 같은 지적을 한 것으로 관측되는데, 우 의원은 진행자인 김씨가 ‘책임 물어야죠’라고 질문하자 “과거엔 문제 대책을 세웠었으니까 ‘왜 이번엔 못했냐’ 반드시 한번 점검해봐야 된다”고 답변해 사실상 애도기간 이후 책임 여부를 따질 것을 예고했다.

◆ 野 “예고된 인재” 지적에 與 “추궁 아닌 추모의 시간”

이런 기류는 이미 민주당 지도부에서도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인데,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몇 시간 전부터 밀려드는 인파로 사고의 조짐이 예상됐다고 한다. 일방통행 조치만 있었어도, 안전요원 배치만 했어도, 인파의 흐름을 모니터링만 했어도 일어나지 않을 사고였고 막을 수 있었던 일을 막지 못한 대형참사, 인재였다”며 “이태원 거리에서 목숨을 잃은 님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 사과할 사람들은 사과하지 않고 책임 있는 사람은 책임 회피성 말을 한다”고 현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최고위원은 “주최 측이 없는 행사였다고 말하지 말라. 재난안전법 제66조 11항 지역축제 개최 시 안전관리조항에 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그밖에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되어 있고, 그 구체적인 제일 먼저 나온 조항은 ‘축제기간 중 순간 최대 관람객이 1천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지역축제에 대한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며 “다시는 생떼 같은 목숨을 황망하게 잃지 않기 위해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홍근 원내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대한민국 서울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고 되묻고 있다. 막을 수 있었던 예고된 인재란 지적도 많다”며 “사전 예방조치나 현장 안전관리, 사고 초동대처 등의 미흡함은 없었는지 꼼꼼하게 살펴서 국민적 의구심과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사고 수습과 국민적 애도의 시간에 집중하면서도 당 대책기구와 행정안전위원회 및 시의회 등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일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국회는 내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를 열어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 소방청으로부터 참사의 경위와 후속대책에 관해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밝혀 ‘발언 논란’에 휩싸인 이 장관에 대한 성토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중에 새로이 정의당을 이끌게 된 이정미 대표도 이날 서울 시청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행안부와 정부쪽에서 경찰 경력의 통제 문제가 아닌 낮 집회로 병산 분산됐다는 얘기하고 있는데 이런 지역축제는 여러 차례 있었다. 일방통행길에 대한 통제만 이뤄졌어도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행사 당일만 해도 몇 시간 전부터 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한 사고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는데 이 문제를 방치한 책임자들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이것을 가리지 않고 정부가 추모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 일에 대해 책임질 사람은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 이번 사건은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강조했고, 같은 당 이은주 원내대표는 별도의 메시지를 내 이 장관을 겨냥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이 장관의 면피성 발언은 사상자와 그 가족들, 아파하고 있는 시민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일”이라고 직격했다.

급기야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 대통령이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는데 책임자 처벌도, 진상규명도 애도가 가능한지 묻는다. 사건의 원인도, 책임도 알지 못하는데 ‘경찰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헛소리가 애도인가”라며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행정참사가 분명한데 누구 하나 사과하지 않는다. 애도를 핑계로 책임 회피하지 말라”고 촉구했고, “여야가 공동으로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 책임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하라. 그것이 정치인이 국민의 죽음에 진정으로 애도하는 방법”이라고 정치권에 주문했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이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같은 날 비대위 회의에서 “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예방조치에는 어떤 게 있었으며 예방조치가 취해졌는지 아닌지 정밀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대비책을 만드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 책임”이라면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정부의 사고수습과 원인규명 지원책 마련을 차분히 지켜봐줬으면 한다.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 아닌 추모의 시간”이라고 강조해 야권 반응과 온도차를 보였다.

특히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광장에서 합동분향소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으로선 정부가 이 사태 수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 협력하는 게 매우 필요하다”고 역설했으며 이 장관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거듭 “지금은 추궁의 시간이라기보다는 추모의 시간”이라고 정부책임론에 힘을 싣는 야권과는 결을 달리 했고, 같은 날 박정하 수석대변인의 당 공식 논평을 통해서도 국민의힘에선 “일체의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안타깝게 희생된 154명의 넋을 위로하는 시간을 갖고 정부의 사고 수습에 적극 협력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이 장관 “경찰, 40% 증원돼”…경찰청 “과거엔 경찰 30~90명”


아울러 논란의 중심에 선 이 장관은 물론 경찰에서도 정치권 일각에서 사고 대비에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책임론을 제기하는 데 대해 거듭 반박에 나섰는데, 이 장관은 31일 합동분향소 조문을 마친 뒤 “역대 5~6년간 할로윈 축제 때 운집했던 규모에 대비해 동원됐던 경찰(인력)이 특이사항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전날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해명한 데 이어 “축제 참가자가 8만~10만에서 이번엔 13만 정도로 30% 늘었는데 경찰인력도 130여명으로 40% 정도 증원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사고 원인이 현재 밝혀지지 않은 상태고 안타까운 사고를 다시 만들어선 안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는데, 같은 날 경찰청 관계자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관련 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2017년부터 코로나19가 오기 전인 2019년까지 과거 할로윈 축제 때 이태원에는 30~90명 선이 배치됐고 이번엔 훨씬 증원 배치해서 대비했다”고 강조했고, 용산경찰서가 200명 이상의 경찰을 배치하기로 계획했다가 137명으로 조정했다는 지적에도 “그런 계획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이 전체적으로 보면 예년에 비해 좀 많은 숫자의 경찰 인력들이 여러 수고를 많이 하는 과정에서도 투입됐다는 것을 설명하는 취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며 ‘사고 원인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의 미흡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질문엔 “거기에 대해선 반론도 있고 정확한 사고 원인은 치밀하게 조사함으로써 밝혀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정부로선 이런 압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여야가 협조해 대책을 만드는 게 가장 급한 일 아닌가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여기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역시 같은 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행안부 장관 발언이 정무적으로 좀 거친 측면이 있기는 했지만 막기 어려운 사고였던 것은 사실”이라고 이 장관에 힘을 실어줬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비극적 재난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은 국가적 해악”이라고도 발언하기까지 했는데, 이 같은 시각차 속에서 정치권발 정부책임론이 윤석열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정치권에 역풍으로 돌아갈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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